편지를 씁니다. 지금 여기에 없는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어 오래도록 묵혀온 단어들입니다. 말도 몸짓도 되지 못한 것들입니다. 당신 없이도 밥을 먹고, 잠을 자고, 때로는 가까스로 아름다워지기도 하는 나절이 있다고 적습니다. 이제 나는 압니다. 봄이 무너지고 여름이 흘러가고 가을이 쏟아져 겨울을 지나고 나면 계절은 더이상 그떄와 같은 낯빛일 수 없다는 것을. 이제 이곳은 그때와는 아무것도 같지 않다는 사실을. 나조차도 그때와는 다른 모습이 되어 다른 삶을 살아갑니다. 흐르는 강과 피어오르는 산마저도 그때와는 다른 모습으로 여기에 있습니다. 지금 여기에 당신의 흔적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당신이 사라진 이곳이 이제 나의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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